2024년, 처음 완독한 책이다.
에세이는 잘 안읽는데, 연말부터 손이 가서 조금씩 읽다가 주말~신정 연휴동안 킬링타임하며 빠르게 완독했다.
공부는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ㅋㅋㅋㅠㅠㅠㅠ
여행 에세이인줄 몰랐다. 뜻하지 않게 여러 해외여행지를 간접적으로 방문하게 된 기분이다.
나도 최근에 해외여행을 몇번 다녀와서 공감가는 부분도 종종 있었다.
유독 새에 관심이 간다는 점. 나도 새 사진을 참 많이 찍었다.
새가 그렇게 나에게 매력적인 포인트로 다가올 줄은 여행을 다녀보기 전까진 전혀 몰랐다.
그리고 유명한 명소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웅장하지 않다는 점.
아직까진 오래되고 역사깊은 명소에 가서 엄청 놀란 적은 없는 것 같다. 대한민국 사람이라 그런가?
오히려 서울보다 큰 대도시 한복판에서 감탄해본 적은 있다.
생각나는 건 이 정도.
사실 남이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줄줄이 써내려간 글에 딱히 붙일 코멘트가 많지 않은 편.
어쩌면 오늘 밤 꿈에 내가 베를린에 다녀오게 될지도 모르겠다. 그런 기대의 생각 정도.
영국의 빈부격차가 심하는 건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다.
우리가 사는 서울도 극심한 편인데, 영국의 숨겨진 사정도 알고 싶어졌다.
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자면 두개 있었다.
하나는
시드니 여행 첫날 사진 중 중요한 몇장을 실수로 영구삭제해버려 후회에 사로잡힌 나에게
조금의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다.
집에 돌아온 밤 카메라의 메모리를 살펴보다가 이상한 착각을 하고 말았다.
찍은 사진의 절반이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다.
분명히 찍었던 것 같은 사진들이 없었다.
당황해서 메모리 복원 프로그램으로 몇 번 복원도 시도해보았는데, 그러다가 깨달았다.
머릿속에 남은 강렬한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착각했다는 것을.
사진을 촬영하던 그 시야가 내게 생생하게 남아있다.
내 머릿속에라도 강렬히 남았으니 이미 엎질러진 일을 더이상 후회하지 말자고, 다짐했다.
혹시 모른다. 내가 사진을 찍었을거라고 착각한 걸지도.
그리고 다른 하나는
클래식 영화 속 런던의 건물들이 그대로여서,
우리의 시대가 지나고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다 사라져도 그대로겠구나,
우리가 건물들을 방문하는 게 아니고 건물들이 잠깐 지나가는 우리를 보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···
나는 석양을 너무 좋아하는데, 런던 시내의 저녁 풍경사진이 뒷장에 첨부되어있어서 더 감명깊었다.
저 사진은 아마 작가가 2012년에 런던에서 찍은 사진일테고, 나는 2012년에 노을진 런던을 본 적이 없다.
다행이도 하늘은 몇십년, 몇백년이 지나도 한결같아서
우리는 저 사진만 보고는 어느 시대인지 알 수가 없다.
난 언제든 저 풍경을 보러 떠날 수 있고, 언젠간 보게 될 것이다.
몇천년이 지나도 해는 매일 저물겠지만
나는 늘 석양을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이다.
2024년에 읽을 2n권의 책 중 첫번째 독후감 끝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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